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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안경

안경의 형태 - 아넬 <Arnel>

by Waves. 2020.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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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크릿 윈도우"에서 모스콧의 램토쉬 모델을 착용한 조니 뎁



예전 작성했던 글에서, 빈티지와 맞물리는 안경의 흐름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해본 적이 있습니다. 최근 빈티지 열풍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그와 맞물려 특정 형태의 안경 또한 많은 사람들의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키는데요, 바로 "아넬형" 이라 불리는 안경 형태의 한 종류입니다. 오늘은 아넬형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레임 프랑스를 재해석한 제품을 출시 중인 규파드(guépard)

 

 

프랑스에 뿌리를 둔 아넬

 

1930~40년대 프랑스에서 출시된 안경들을 현대에 와서는 흔히 프레임 프랑스 -Frame France- 라고 합니다. 프레임 프랑스라는 명칭은 당시 안경의 원산지를 표기하기 위해 템플(안경다리) 안 쪽에 적어놓은 것을 말하는데요, 지금은 안경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제품에 "Made in ~"와 같은 형식으로 표기를 하는 것과 차별화되어, 30~50년대의 빈티지스러움을 대표하는 느낌이 잘 담겨있기에 Frame France 라고 불리지 않나 싶습니다.

갑자기 프레임 프랑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날의 수많은 브랜드에 의해 재창조된 아넬형의 디자인적 요소는 사실 이 프레임 프랑스에서 그 틀이 잡히지 않았을까라는 예측을 많은 분들께서 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아넬형 안경의 기원을 이야기할 땐 프레임 프랑스를 빼놓을 수가 없겠죠.

 

 

 

1950년대 제작된 빈티지 타르트옵티컬 아넬

 

 

미국물 먹은 아넬

 

프랑스의 안경디자인이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당시 미국의 안경브랜드 중 한 곳인 "타르트옵티컬"에서 해당 디자인에 미국적인 심플함을 가미하며 "아넬"이라는 이름을 가진 모델을 출시하게 됩니다. 이후 수많은 브랜드에서 아넬의 디자인을 차용하자 점점 아넬형이라는 고유명사가 되었죠. *저번 글에서도 언급하였지만,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시듯, 현재 출시 중인 제품들은 모두 오리지널 타르트 옵티컬이 아닌, 새로운 회사에서 만든 복각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안타깝게도 오리지널 타르트 옵티컬 회사는 1970년 파산하여 사라지고 말았고, 줄리어스 타르트, 레인코트 타르트 등등 모두 오리지널 타르트 옵티컬의 이름을 가져와 사용하여 후세에 만들어진 브랜드인 것이죠.

 

아넬의 두 가지 개성

 

여러 가지 디자인 적인 요소가 있겠지만, 다른 형태의 안경과 큰 차이를 보이는 디자인 요소를 꼽는다면 크게 두 가지를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엔드피스와 키홀브릿지인데요, 엔드피스를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안경의 프론트(전면부)와 템플(안경다리)이 맞닿는, 프론트의 가장 끝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후 안경의 부위별 명칭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메탈테 등의 다른 안경테와는 다르게 다소 얇으면서도 프론트의 위쪽 라인을 쭉 따라가 이어지면서 툭 튀어나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레인코트 타르트옵티컬의 아넬 헤리티지(왼쪽)와 모스콧 램토쉬(오른쪽)

 

엔드피스에 관련된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현대에 나오는 대부분의 아넬형 제품의 엔드피스와 템플이 매끄럽게 이어져있는 반면, 오리지널 타르트 옵티컬에서 출시되었던 아넬의 경우엔 이 부분이 어긋나 있습니다.

위 사진을 보시면, 왼쪽의 레인코트 타르트옵티컬에서 출시한 아넬 헤리티지 같은 경우, 오리지널 타르트 아넬의 복각을 좀 더 철저히 하려는 노력으로 엔드피스와 템플이 어긋나있는 디테일을 보여줍니다. 반면 오른쪽 모스콧의 대표모델인 램토쉬를 보시면 엔드피스와 템플이 매끄럽게 이어져있는 것이 보이죠. 이렇게 어긋나있는 이유는, 안경을 통으로 구입해 피팅으로 얼굴에 맞추는 지금과는 다르게 오리지날 타르트 아넬의 출시 당시, 안경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프론트와 템플의 사이즈를 각각 선택해 조립하는 형식으로 판매가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살짝 맞지 않는 모습이 보이는 것이죠.

 

렌즈삽입부 사이를 이어주는 키홀브릿지. 열쇠구멍이 보이시나요?

 

또 다른 요소인 키홀브릿지의 경우, 안경의 렌즈를 삽입하는 부분(림)을 서로 이어주는, 프론트의 가운데 부분을 브릿지라고 하는데, 이 브릿지의 디자인 형태 중 하나입니다. 키홀브릿지라고 불리는 이유는 마치 열쇠구멍(Key Hole)처럼 생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키홀브릿지의 경우 브릿지가 콧등에 닿는 불편함을 덜어주면서도 코가 길어 보이는 효과까지 준다고 하니 일석이조라 할 수 있겠네요. 단지 아넬형 안경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뿔테에서도 적용되는 디자인이긴 하지만, 특히 아넬형의 살짝 둥글면서도 사각의 림 형태와 어우러져 더욱 클래식한 멋을 더해줍니다.

 

 

 

유명 헐리우드 배우 해리슨 포드. 중년미가 아주 가득하다.

 

 

아넬이 낳은 수많은 후손

 

비록 지금으로부터 약 70년 전에 출시된 아넬이지만, 그 디자인이 지금까지도 수많은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았기에 상당수의 브랜드에서 이른바 아넬형 모델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위에서 언급드린 레인코트 타르트옵티컬, 줄리어스 타르트옵티컬(이름이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두 브랜드입니다.), 모스콧, TVR, 가네만넨(금자안경), 하쿠산(백산), 하만, 그리고 주목받고 있는 국내 브랜드 애쉬크로프트 등등... 정말 수없이 많은 브랜드에서 출시 중입니다. 정말 아넬 디자인이 얼마나 많은 분들의 마음의 문을 열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죠.

이렇게 수없이 많은 브랜드에서 출시되고 있는 아넬인 만큼, 각각의 제품 모두 세세한 디테일과 셰잎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행복한 고민에 빠질 것 같습니다. 그런 만큼 아넬 하나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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