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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안경

안경 속 셀룰로이드

by Waves. 2020.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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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 볼드한 뿔테가 찰떡이다.

 

 

족발과 보쌈, 소주와 맥주, 다이어트와 근손실. 마치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들이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습니다. Needs 를 채워줄 무언가가 있지만, 그것의 품질이 기준이 미치지 못할 때 혹은 성에 차지 않을 때, 사람들은 그와 비슷한 다른 무언가를, 그리고 더 나은 것을 찾으려 하죠. 안경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오늘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소재들 중 하나인 셀룰로이드와 아세테이트 중 셀룰로이드의 이야기입니다.

 

 

 

안경을 착용하고 전쟁에 참여했던 미군. 방탄의 활용이 인상적이다.

 

 

안경의 종류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뿔테의 경우엔 제작 초기에는 코끼리의 상아, 상어의 이빨 등을 사용한, 말 그대로 '뿔'테(Horn Frame), 또는 거북이의 등껍질을 이용하여 만든 귀갑테(Tortoise Shell Frame) 등 소재를 대부분 동물에게서 얻었기에 당시로서는 상당한 사치품이라고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곧 동물보호에 대한 인식이 점점 커지면서 동물천연소재의 수급이 금지되고, 안경의 보급이 가속화되면서 그 수요를 맞추기에도 어려웠죠. 그 이후 꾸준한 고민과 노력의 결과물로써 20세기 중반부터 쓰이기 시작한 셀룰로이드.

 

 

 

자켓과 스트라이프 셔츠와 콧수염, 그리고 원형프레임 투명테로 마무리.

 

 

셀룰로이드와의 조우

 

 

셀룰로이드의 첫 등장은 1869년으로 150여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가는 상당히 오래된 소재입니다. 처음 개발된 것은 의외로 당구공 제작을 위해서인데, 당시 당구공 또한 상아를 이용해 만들어지곤 했던 상황에서, 안경과 비슷한 이유로 대체재를 찾던 도중 한 당구공 제조회사가 상금을 걸게 되고, 이를 본 하이야트 형제(John Hyatt & IsaiahHyatt) 의 손에 의해 개발됩니다. 세상의 빛을 본 셀룰로이드는 당구공 외에도 영화필름, 탁구공, 장난감 등등 다양한 용도로 활약하며 인류에게 많은 도움을 주게 됩니다.

 

 

 

템플(안경다리) 안 쪽을 자세히 보면, 철심을 이용해 형태를 유지한 것이 보인다.

 

 

가까워지는 셀룰로이드

 

 

셀룰로이드로 제작되는 안경의 경우, 소재 자체가 상당히 단단하기 때문에 내구성이 좋으면서도 뒤틀림 현상이 자주 일어나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때문에 아세테이트로 만들어진 테의 경우 제작과정에 템플(안경다리)에 철심을 박아 형태를 유지하는 반면, 셀룰로이드 소재의 안경의 경우 철심을 박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열을 가해 테에 변형을 주기 쉬워 피팅이 용이하다는 장점 또한 가지고 있죠.

 

 

 

백화현상으로 인해 코받침과 템플이 하얗게 변색된 모습.

 

 

다시 멀어져 가는 셀룰로이드

 


이렇게 유용한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 삶 깊숙한 곳까지 들어왔던 셀룰로이드. 하지만 셀룰로이드에게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위에서 소개했던 열에 약하다는 점입니다. 피팅이 쉽게 되는 만큼, 백화현상이 발생하기도 쉽습니다. 폴리싱 작업을 통해 해결할 수 있으나,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무엇보다 셀룰로이드의 재료 중 하나인 Zylonite 가 발화점이 낮아 80-100도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는 자연발화가 될 수 있을 정도로 불이 붙기 굉장히 쉽습니다. 실제로 셀룰로이드를 작업하던 공장에서의 화재가 비일비재했다고 할 정도네요. 또한 불이 붙으면 유독가스가 발생하여 치명적인 인명피해를 불러올 수 있기에, 현재 미국 FDA와 유럽 내에서는 셀룰로이드의 유통을 막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등 점점 우리 삶과 멀어져 가는 느낌입니다.

 

 

 

 

 

셀룰로이드의 흔적

 


이렇게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져가는 밀당을 했던 셀룰로이드 또한 아직까지는 안경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예전부터 세계 최다의 셀룰로이드 프레임 제작을 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왔고, 지금 또한 TVR, 하만, 규파드, 가네코 등등 다수의 브랜드에서는 빈티지스러움을 구현해내고자 셀룰로이드를 이용한 안경을 계속해서 제작 및 출시하는 중입니다.
관리가 쉽지 않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타 소재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유의 깊은 색감과 빈티지스러움에 이끌려 지금도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셀룰로오스. 안경을 사랑하신다면 하나쯤 장만하시는 것 또한 좋은 선택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클리어테를 착용한 게리 올드만. 오스카 수상자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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