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쓴 소설 '헨리 4세'속 대사를 인용한 아주 유명한 한 줄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것은 안경의 형태 중 왕관을 닮은 '크라운 판토'입니다.
크라운 판토(Crown Panto)는 렌즈 삽입부의 모양이 둥근 판토(Panto) 안경의 림(안경테) 상부를 플랫하게 깎아놓은 형태에, 투박한 느낌으로 굵게 다듬어진 엔드피스로 이어지는 그 모양이 마치 왕관(Crown)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아넬형 안경이 미국을 대표하는 형태라면, 크라운 판토는 유럽, 특히 프랑스를 대표하는 형태라 할 수 있겠습니다. 동양인의 얼굴에 잘 맞아, 동네 안경원 어느 곳을 가보아도 없을 수 없는 흔하디 흔한 보스턴형 안경의 기원이 된 프렌치 판토(French Panto). 크라운 판토는 여기에서 파생된 형태의 한 종류라고 여겨집니다. 프레임 프랑스(Frame France)의 대표적인 형태인 것이죠.
크라운 판토의 시작은 1930년대의, 초기에는 림이 매우 얇고 작은 사이즈로 제작되던 것이 시대를 거듭하며 40~50년대에 들어서며 점차 두터운 생지를 쓰기 시작하면서 60년대에는 전성기를 꽃피웠다 할 수 있습니다. 40년대에는 미국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끌기도 했죠.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결과적으로 지금의 볼드한 스타일의 안경이 완성되었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크라운 판토라는 단어는 프랑스 및 유럽에서 지어진 것이 아닌, 일본에서 붙여진 것입니다. 애초에 Crown 이라는 영단어를 프랑스에서 쓰일 일이 없었을뿐더러, 미국에서도 크라운 판토라는 명칭을 사용한 적이 없는 것이죠. 크라운 판토를 가장 잘 표현해내는 브랜드인 Lesca 에서도 크라운 판토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붙인 이 이름은 안경의 형태를 직관적으로 잘 나타내는 대단한 표현이라 생각됩니다.
글 서두에 적어둔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라는 문구처럼, 길거리에서 흔하게 접하기 쉽지 않은 형태의 안경이 크라운 판토이지만, 제대로 착용만 한다면 자신만의 개성, 유러피언의 멋을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는 정말 멋들어진 안경이라고 생각됩니다. 볼드하면서도 독특한 이미지를 원한다면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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